글로벌 화장품 원료시장 공략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 인터뷰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화장품 원료가 많은데 화장품 원료 국산화를 통해 세계 화장품 원료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사진)은 "화장품 원료 생산 시장은 규모가 작아 대기업은 안 들어오고 중소기업은 화학공정 능력이 없어 원료를 개발·양산할 수 없기 때문에 못 들어온다"며 "하지만 우리는 50년 가까이 기초소재 사업을 영위하면서 축적한 화학공정 노하우를 활용해 화장품 원료를 경쟁력 있게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화장품 원료 시장은 신약 개발 시장과 유사하다"며 "신약이 처음 개발됐을 땐 개발회사가 독점하지만 특허가 풀리면 여러 제약회사가 복제약을 만들듯 특허로 묶여 있는 화장품 원료 중에 가치 있는 원료를 발굴한 뒤, 특허가 풀리면 경쟁력을 갖춘 화학공정을 활용한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확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태경그룹이 해외에 크게 의존하던 기초소재를 국산화하면서 그동안 성장해온 것처럼 80% 이상 수입에 의존하는 화장품 원료 국산화를 통해 글로벌 화장품 원료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게 김 회장 생각이다. 이처럼 기존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와 함께 화장품 원료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최근 태경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태경산업이 친환경 화장품 소재인 헥산디올 생산업체 코엠을 인수했다. 코엠 외에 또 다른 화장품 원료 회사 1~2곳도 연내에 추가로 인수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화장품을 제조할 때 파라벤 같은 방부제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친환경 화장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친환경 방부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파라벤을 대체하는 헥산디올은 항균력은 물론 보습 기능도 가지고 있는 친환경 방부제로, 이번에 인수한 코엠이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장품 회사들이 보통 화장품용 헥산 원료를 1㎏당 10만원 정도에 수입해왔는데 우리는 대량생산을 통해 1㎏당 3만원에 공급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있다"며 "연내에 코엠의 헥산디올 공급처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코엠 매출액은 114억원이었고 올해 매출 목표액은 130억원이다.
태경산업은 파우더·색조화장품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화장품용 탈크도 개발 중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화장품 제조회사들은 화장품용 탈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태경산업은 기존에 탈크 제조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화장품용 탈크를 2023년까지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경그룹은 지난해 태경에스비씨를 통해 친환경 자외선 차단제 원료인 나노이산화티타늄(TiO2)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해 화장품 원료 공급 사업 확대에 나선 바 있다.
태경그룹은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산업 폐기물을 활용한 신소재도 개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현대오일뱅크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순도가 낮은 생석회를 태경그룹이 갖고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정제 기술과 화학공정 기술력을 활용해 탄산칼슘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탄산칼슘은 시멘트 등 건축자재와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의 원료로 폭넓게 사용되는 기초소재"라고 설명했다. 태경그룹은 셀룰로오스와 탄산칼슘을 결합한 신소재 나노셀룰로오스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가벼운 플라스틱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플라스틱을 만들 때 나노셀룰로오스를 넣으면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고, 무게를 줄이면서 내구성은 더 좋아진다"며 "나노셀룰로오스가 상용화하면 이 기술을 토대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태경그룹은 산업용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태경산업이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기초소재·화학그룹이다.
출처
신수현,`헥산디올` 품은 태경, 화장품 원료시장 도전장,매일경제,2020.11.01
http://www.mk.co.kr/news/business/view/2020/11/1119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