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매출 2조 … 글로벌 소재기업 도약
2025.08.04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
2014년 회장 취임 후 年매출 4천억→1조
"10년마다 2배씩 더 성장시키겠다"
美관세 등 악재에도 목표달성 자신
창립 50주년…M&A 통해 사업 확장
"창업주 철학, 사회환원으로 이어갈것"
◆ 비즈니스 리더 ◆
"10년 뒤인 2035년, 태경그룹을 매출 2조원과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하는 회사로 끌어올리겠습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태경그룹이 '100년 기업'을 향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소재로 세상을 바꾸다'라는 비전 아래에서 글로벌 1위 첨단소재 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태경그룹은 무기화학 소재와 산업용 가스 등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이다. 특히 중질탄산칼슘, 드라이아이스, 합성왁스 같은 분야에서는 국내 1위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창립 50주년을 맞아 '2035년 매출 2조, 영업이익 2000억' 비전을 선포했다. 현재의 두 배인 셈인데 가능한가.
▷허황된 목표가 아니다. 태경그룹 50년의 성장 과정을 분석해 보니 창립 20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후 10년 단위로 매출이 두 배씩 성장했다. 회장으로 취임했던 2014년 4000억원대였던 매출이 현재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과거 성장 데이터에 기반한 자신감 있는 목표다. 성장 핵심은 안정적인 이익이다. 이익이 바탕이 되지 않고는 기업이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연 7~8%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확보된 현금여력이 신사업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위한 시드 머니가 될 것이다.
―올해 인조 대리석 기업 라이온켐텍과 화장품 캡슐 소재 기업 케이피티 등 M&A를 통한 사업 확장이 활발하다.
▷M&A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가, 둘째는 그 사업을 완벽하게 책임질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경영자(CEO)가 있는가다. 원가로만 경쟁하는 소재로는 중국을 이기기 어렵다. 하지만 인조 대리석처럼 문화와 밀접한 감성, 디자인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는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최근 인수한 회사에 영입된 한 CEO는 '현재 1000억원대 매출을 5년 내 4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자신감 있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4년 회장 취임 후 가장 성공적인 경영 사례로 적자였던 중질탄산칼슘 사업을 시장 1위로 반전시킨 사례가 꼽힌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중질탄산칼슘은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인다. 당시 경쟁사들은 유럽 기술 기반 설비를 바탕으로 인쇄용지에 썼을 때 백색도가 높은 고급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태경의 설비는 일본 기술 기반이라 백색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굳이 경쟁사를 따라갈 게 아니라 '백색도를 높일 필요가 있느냐'고 역발상을 시도했다. 백색도가 필요하지 않은 포장지나 인쇄용지 시장을 공략했다.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해 품질은 다소 낮추더라도 원가를 혁신한 신제품을 개발했다. 그리고 결국 7~8년 만에 시장점유율 50% 이상의 압도적 1위가 됐다.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크다.
▷지금 모든 기업이 미국 관세 문제로 고민이다. 미국 비중이 높고 낮고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판도 자체가 예측이 불가하다. 예컨대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유럽에 저가로 풀려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든다. 태경처럼 철강사에 소재를 납품하는 기업 간 거래(B2B) 기업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또 하나의 큰 어려움은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다. 특히 합금철 사업은 전기료 인상 직격탄을 맞는 분야다. 한때 회사 전체 매출에서 20%를 차지하던 주력 아이템이었지만 지금은 2%도 안 된다. 과감히 조정하고 있다. 경영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매번 전략적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태경은 수십 개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강점이다.
―제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현재 세부적인 제조 공정에 AI 적용을 시도하는 단계다. 예를 들면 광석을 식별하고 종류별로 선별하는 작업에 AI 비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영지표 분석이나 구매 프로세스 자동화 등에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선친이신 고(故) 김영환 창업주의 '공존·공영·공익' 철학을 어떻게 계승·발전시키고 있나.
▷사업보국과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대원칙은 변함이 없다. 이 철학을 투명경영, 성장비전 제시, 그리고 장학재단 중심 공익 활동이라는 방식으로 실천한다. 지난 10년이 창업주 유산 위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시대에 맞는 역동적인 도전을 통해 미래 세대에 선한 영향을 주는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
―송원 김영환장학재단은 태경그룹의 정체성이자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창업 8년 만인 1983년 장학재단을 설립해 43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장학재단은 창업주가 사재를 출연해 만든, 창업 다음으로 추진한 또 다른 창업의 개념이다. 그룹이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온 50년 역사에 장학재단은 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가치를 실현하는 핵심이 돼왔다. 창업주는 개인 소유 회사 주식을 재단에 내놨고, 재단은 태경그룹의 주요 주주다. 그룹이 성장하고 이익을 내야 장학재단이 더욱 발전하고, 그룹 철학인 '공존·공영·공익'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회사를 성장시켜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또 재단은 단순히 장학금을 주는 곳이 아니라, 장학생 출신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후배들의 멘토가 돼주는 '스스로 굴러가는 장학재단'이다. 이사장을 제외한 이사진 전원이 장학생 출신이며, 졸업생들의 누적 기부금은 7억원 가까이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졸업 때까지 지원한다. 이들이 사회의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또한 사업보국이라 믿는다.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 △1962년 경남 김해 출생 △이화여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뉴욕 페이스대 경영학석사(MBA) △뉴욕주립대 산하 FIT 패션디자인 전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수석부회장 △세계여성포럼(IWF Korea) 고문 △태경그룹 회장·송원김영환장학재단 이사장
출처 : 매일경제[2025.08.03]=>2035년 매출 2조 … 글로벌 소재기업 도약